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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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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jpg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시절까지 합하면 올해로 19년째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앉아 있다. 러시아의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아래에서 푸틴은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지난 98, 서구권 매체를 중심으로 '푸틴의 몰락' '크렘린의 패배'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이 기존 의석의 3분의 1을 잃으면서다. 속단은 이르다. 이들이 차지하는 의석수는 45석 중 26석으로 여전히 과반을 넘는다.
 
과연 지금 러시아는 푸틴 체제의 균열을 말할 수 있는 단계인가?
 
최근 모스크바에서 NEWSIS는 소설 '상처받은 영혼들'의 저자 알리사 가니에바를 만났다.
 
그는 2015년 러시아 부커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며 영국 가디언지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러시아 문화예술인으로 꼽힌 인물이다.
 
현재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의 기자이기도 하다.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알리나 비슈노프카야, 프리랜서 사진기자 빅토리아 이블레바가 이 자리에 함께했다.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 러시아 언론을 옥죄다
 
현재 러시아의 대형,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 창간된 매체를 뿌리로 한다. 소련이 해체된 뒤 이름을 바꿔 새로 태어난 언론사들이다. 대부분 관영으로 운영된다. 정부가 이들을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관영매체의 특징이 묻어난다.
 
가니에바는 "푸틴 행정부에서 언론과 미디어를 담당하는 '알렉세이 그로모프'라는 사람이 있다. 그의 주재로 매주 회의가 열린다. 중대형 언론사, 방송사의 편집장, 혹은 편집국장이 회의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서 한 주간 다뤄야할 주요 이슈, 그리고 해당 이슈의 어떠한 부분이 초점을 맞춰야하는지 결정된다.
 
가니에바가 소속된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소련이 해체된 후 설립된 비()관영매체다. '네자비시마야'는 우리말로 독립, '가제타'는 신문이라는 뜻이다. 그의 '독립신문'은 과연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가. 가니에바의 답은 "그렇지 않다".
 
가니에바는 "내가 일하는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의 편집장은 그로모프의 주간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이것이 정권과 시장 권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권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거나 협의하지 않을 때, 갑작스럽게 사무실 임대료가 올라가거나 당국에서 나와 조사를 한 뒤 벌금을 부과한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을 못 이기면 결국 폐간의 위기에 몰린다"고 말했다.
     
푸틴의 안정적 장기집권체제
 
공공연한 언론 탄압은 푸틴의 안정적인 장기 집권 체제의 뿌리다. 사회와 국가 기관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순종적인 유권자를 잉태한다.
 
지난 8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6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2011년 총선 부정선거 의혹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 통합러시아당의 의석은 기존 40석에서 25석으로 크게 줄었다.
 
푸틴의 정적이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선거 결과를 놓고 "현명한 투표의 환상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과연 이를 '변화'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비슈노프카야는 "절대 야권 인사가 많이 당선됐다고 볼 수 없다. 정말 무의미한 선거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의 '무의미하다'는 평가의 이유는 첫 번째, 야권의 불확실한 방향성 때문이다.
 
야권을 이끈 나발니의 투표 전략은 '현명한 투표'였다. 비슈노프카야는 "나발니의 선거 운동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야권 후보를 뽑아라'에 집중돼 있었다. 푸틴의 통합러시아당만 아니면 된다, 심지어 공산당에 표를 던져도 된다는 식이었다""특정 누군가만 아니면 된다는 지침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안이 없는 '푸틴 체제 붕괴' 전략이 결국 "푸틴만 아니면 된다"로 야권을 묶은 셈이다. 그러나 방향을 제시하지 하지 못한 정치인은 빠르게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당선된 이들이 과연 정부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야권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있다. 비슈노프카야는 "당선자 중 (야권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친정부 인사도 있고, 중앙권력과 일정부분 타협을 한 사람도 있다. 선거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러시아 시민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말에 "동시에 강력한 경찰 권력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거리로 나온 수많은 시위 인파가 체포됐다"고 말을 이었다.
 
비슈노프카야는 "자신의 가치를, 이익을 (추구하고) 혹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장에 나온 이들이 체포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이러한 행위 자체가 허무해졌다. 결국 시위 전보다 상황이 악화됐다"고 부연했다.
 
러시아 선관위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의 투표율은 21.5%에 불과했다. 변화라고 정의하기엔 부족한 수치다. 여전히 푸틴의 힘은 공고하다.
 
가니에바는 "상당수 국민은 푸틴을 지지한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꾸준히 소련 붕괴 직후 힘들었던 90년대의 악몽을 회상시킨다. 자칫하면 그 힘든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그는 '2024년 임기가 끝난 후에도 푸틴의 권력을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잡고 있을 것이라는 데 일말의 의심도 없다. (총리직에 앉았다가 대통령직을 되찾은) 2008년 당시 방법을 사용할지, 새 자리를 만들지는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무엇을 위한 보도인가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체포와 고문, 죽음.
 
이들과 진행한 3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이 같은 단어는 매우 빈번하게 등장했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위해 보도하는가.
 
가니에바는 "러시아 정치는 문학과 문화 등 러시아가 만들어온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폐쇄적인 국가, 닫혀 있는 국가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지금의 행정부가 만들어 놓은 부정적인 관행들은 지금 러시가가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요소까지 다 덮어버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래서 작가이자 기자인 가니에바의 '기록'은 닫힌 나라를 '여는 행위'이자 오늘날 러시아의 가치를 '지키는' 행위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돌아온 답변은 "정상 국가"였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야권 인사가 '푸틴이 아니면 된다'를 외치는 상황에서 '정상'으로의 길은 지극히 어렵기만 하다.
 
 
KGB 요원이었던 '푸틴'은 어떻게 대통령이 됐을까?
 
러시아 정상들이 권력을 쥐게 된 방식은 다양하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 혁명조직인 볼셰비키의 지도자였다. 이후 소련 공산당을 창립하며 스스로 권력을 창출했다.
 
레닌 사후 공산당 서기장이던 이오시프 스탈린은 권력 투쟁에서 승리, 당서기장 직함을 유지한 채 소련을 통치하게 됐다. 이후 공산당 조직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차례를 기다리는 정치 새싹들의 텃밭이 됐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역시 공산당 서기장 출신이다.
 
그러나 2000, 러시아 권력 이양이 새로운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에서 권력을 물려받으면서다.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선발한 푸틴은 이후 러시아를 21세기로 이끌었다.
 
 
왜 푸틴이었을까?
 
BBC17(현지시간) 이 같은 질문에 답을 내놨다.
 
 
뛰어난 부관, 후보자에 오르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사위인 발렌틴 유마셰프 전 크렘린행정실장은 푸틴을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이다.
 
유마셰프는 옐친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이었다. 그는 1997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 실장으로 푸틴을 임명했다.
 
유마셰프는 "러시아 전 경제부총리를 지낸 아나톨리 추바이스는 당시 자신이 훌륭한 관리인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푸틴을 내게 소개해줬고 우리는 함께 일했다. 나는 즉시 푸틴의 환상적인 업무 능력을 알아차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푸틴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자신의 입장을 분석하고 주장하는 데 뛰어났다"고 말했다.
 
유마셰프는 푸틴의 가능성을 봤을까?
 
그는 "옐친 전 대통령은 자리를 물려줄 몇몇의 후보자를 검토 중이었다. 보리스 넴소프, 세르게이 스테파신, 니콜라이 악세넨코 등 말이다. 옐친 전 대통령과 나는 후계자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푸틴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유마셰프는 "옐친 전 대통령이 '푸틴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최고의 후보'라고 답했다""푸틴이 일을 하는 방식을 지켜본 결과 그는 더 어려운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KGB 출신이라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는가?'라는 질문에 유마셰프는 "푸틴을 비롯한 KGB 요원들은 기관이 신뢰를 잃자 조직을 떠났다. 그가 전 요원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푸틴은 시장 개혁을 원하는 자유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였다"며 그가 강력한 후계자로 꼽힌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밀스러운 계승
 
19998월 옐친 전 대통령은 푸틴을 러시아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명했다. 푸틴의 크렘린 행이 명백해진 순간이었다.
 
옐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내놓은 것도 순식간이었다.
 
유마셰프는 "옐친 전 대통령은 199912월보다 일찍 대통령직을 내려놓기로 갑작스럽게 결정했다. 그는 푸틴을 모스크바로 소환했다. 그의 새로운 행정실장인 알락산드르 볼로신도 함께 불렀다. 옐친 전 대통령은 다음 해 7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1231일 사임하겠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옐친 전 대통령의 사임 연설을 작성한 것도 유마셰프다.
 
그는 "쓰기 힘든 연설이었다.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했다. 메시지는 중요했다. 내가 그 유명한 '국민의 용서를 구한다'는 구절을 쓴 이유다"라고 했다.
 
옐친 전 대통령은 1231일 대통령실에서 마지막 TV 연설을 녹화했다. 공식 사임 발표가 나오기 4시간 전이었다.
 
유마셰프는 "참석한 모든 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감정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뉴스가 새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녹화를 지켜본 사람들은 방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유마셰프는 녹화된 비디오를 들고 직접 방송국으로 운전해 이동했다. 그의 연설은 이날 정오에 방송됐다.
      
사라진 '가족 정치'
 
유마셰프는 정권의 '가족'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1990년대 옐친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하며 점차 소수의 친척, 친구, 재계 인사들과의 교류를 강화했다. 유마셰프는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옐친 전 대통령의 내부 인사다.
 
그러나 푸틴은 측근들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는다.
 
러시아 정치학자 발레리 솔로베이는 "푸틴이 좋아하는 인물은 두 부류"라며 "어린 시절 친구인 로텐버스 형제(보리스 로텐버그, 아카디 로텐버그)라든지, 과거 함께 일했던 KGB 요원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들의 충성심 역시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솔로베이는 "옐친 전 대통령이 가족들을 믿었던 것과 달리 푸틴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 자리 양보한 옐친의 교훈"
 
푸틴은 총리 시절까지 합해 올해로 19년째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앉아 있다. 푸틴의 임기는 2024년 끝이 난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인 권력 체계를 구축한 그는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강탈하며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솔로베이는 "옐친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특별한 임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푸틴도 그렇다"고 말을 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옐친 전 대통령은 자신을 러시아의 공산주의를 끝낼 ''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푸틴의 임무는 이를 과거로 다시 돌리는 것이다.
 
솔로베이는 "푸틴은 소련의 몰락에 대한 복수를 원하는 것 같다. 그와 함께하는 전 KGB 요원들은 소련의 파괴가 서방 정보 기관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푸틴에게서는 유마셰프가 발견한 '진보''민주주의'를 찾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유마셰프는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푸틴을 신뢰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유마셰프는 다만 "러시아 대통령들은 옐친 전 대통령의 사임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교훈은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옐친 전 대통령에게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고 했다.
 
 
NEWSIS, 소설 '상처받은 영혼들'의 저자 알리사 가니에바,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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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영구불멸?'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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